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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환자의 가족문제

최근에 강박증의 원인과 관련하여 뇌의 생물학적 연구가 많아지고, 강박증이 뇌의 질환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도 약물치료를 포함한 생물학적 치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사실 이러한 치료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강박증의 치료나 예후에 가족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으며, 질병자체로 인하여 다른 가족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합니다.
많은 가족들이 가족 구성원 중에 강박증 환자가 있음으로서 그 가족 전체가 깨어지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가족들이 환자의 생활에 맞추어야 하고, 환자의 고통이나 분노 등을 가족들 역시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보고에 의하면 약 1/3의 가족들이 1주일에 3~4번 이상씩 환자를 지지해주어야 하고, 강박행동과 관련되어 환자가 책임져야 할 일을 떠맡게 된다고 합니다.
강박증상에 보이는 가족들의 반응은 여러가지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가족들 상호간의 관계가 과도하게 얽혀있는 경우에는 증상으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고,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흔합니다. 이와 반대로 적대적인 가족들은 증상을 참지 못하고 비판적이며 가족 내에 불안이 증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강박증상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죄책감, 사회적인 낙인 등과 관련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야기시키게 됩니다. 강박증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의 반 이상에서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간섭하고 비판적이라고 하는데, 이를 정신과에서는 표현감정(expressed emotion)이 높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환자의 예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환자에게 불안과 죄책감을 일으키며 강박증상에 대처하고 저항하는 힘을 약화시킵니다. 따라서 가족들이 가장 조심하여야 할 것은 환자에 대한 과도한 지적, 비판, 적대감의 표현 등입니다.

Van Noppen 등이 쓴 <강박증과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라는 책에서 가족들이 명심해야 될 몇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먼저 가족 중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신호를 인식하여야 한다.
2. 스트레스가 있는 동안에 기대치를 변경한다.
3. 그 사람의 수준에 따라 호전의 정도를 측정한다.
4. 매일 매일 증상의 호전을 비교하지 않는다.
5. 아주 조금 호전이 있더라도 그 호전을 칭찬한다.
6. 지지적이고 강한 가족환경을 만든다.
7. 대화를 명확하고 간단하게 한다.
8. 행동에만 관심을 갖는다.
9. 경계를 명확히 한다.
10. 가족의 일상사를 정상적으로 한다.
11. 유머를 사용한다.
12. 약물치료에 대하여 지지한다.
13, 다른 가족 구성원들을 위하여 시간을 마련한다.
14. 유돌이(유연성)를 갖는다.

강박증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에 종종 가족들을 참석시켜서 하는 치료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는 가족들이 함께 병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하며, 가족 상호간의 대화기술, 환자에 대한 가족들의 바람직한 태도 등을 배우게 되며, 환자로 인한 고통을 일시적으로라도 지지받고 힘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에 환자나 가족들이 종종 너무 역동적인 관점에서 환자를 이해하려고 하고 강박증상의 내용을 분석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닙니다.
강박증의 발병이 stress-diathesis 모델에 의한 설명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지만(다른 모든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강박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나 가족들이 강박증상의 내용을 분석하기 위하여 성장시기의 환경이나 심리적인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은 자칫 환자 가족이나 환자에게 잘못된 죄책감을 심어주고, 이러한 것이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강박증 환자가 안심을 얻고자 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가?
강박증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면, 강박증을 가진 환자의 생각이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이상해 보일 수 있고, 강박증 환자가 반복적으로 확인을 부탁하면 귀찮아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성격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강박증 환자 자신도 스스로의 생각이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저항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이지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질병을 가지고 힘들어하는 사람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좋습니다.
강박증 환자의 행동은 절대 고의적인 것이 아닙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보다도 스스로가 가장 힘들어하면서 하는 행동인 것입니다. 비난하거나 꾸지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강박증상에 맞서 저항하고 분투하는 모습을 격려해주십시오.

치료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치료자와 환자입니다.
체계적인 평가를 통한 증상의 종류, 심한 정도, 환자의 능력에 따라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치료의 내용이 결정됩니다. 특히, 행동치료는 환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치료자는 환자에게 적절한 과제를 주고, 과제를 수행한 정도를 평가하여 다음 단계의 치료 내용을 결정합니다.
마치 환자는 운동선수이며 치료자는 코치인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의 역할을 환자의 운동 과정을 지켜보며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일입니다. 보호자가 치료 내용 혹은 과제의 내용을 결정하거나, 변경시키는 일은 전체적인 치료 속에서 환자를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으며 환자가 불필요하게 좌절을 경험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내용에 대한 상의는 환자보다는 치료자와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행동치료 과제에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십시오.
행동치료는 집에서 해야 하는 과제를 줍니다. 강박행동을 전혀 하지 않게 되기까지는 조금씩 강박증상을 줄여 나가는 방법이 자주 쓰입니다. 예를 들면, 손을 100번 씻어야만 안심되는 사람이 과제로서 70번만 씻고 견디는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보호자는 100번이 아닌 70번을 씻었다는 점을 과제를 잘 수행했다고 격려, 인정, 칭찬해줄 수 있습니다. 물론 70번도 지나치게 많은 횟수입니다. 그러나 70번이 최종 목표인 것은 결코 아니며 치료의 과정일 뿐입니다. 보호자의 격려나 칭찬에 환자는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보호자는 집에서 보조 치료자로서 혹은 응원군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안심시키려 하지 마십시오.  
강박증 환자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안심을 얻고자 하는 것은 매우 흔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오염시키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안심을 얻으면 일시적으로는 편안해집니다. 그러나 잠시 시간이 지나면 곧 강박적인 염려가 아주 심하게 되살아납니다. 이럴 때 또 안심시켜주는 것은 아주 잠시만 효과가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안심시켜주기가 반복되면 마치 마약중독과도 같은 효과를 낳습니다. 반복적으로 찾게 되지만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마약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을 딱 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족들도 안심시켜주기를 딱 중단해야 합니다.
강박증 환자는 불안을 회피하지 말고 거기에 노출될 필요가 있습니다. 노출이 결국 그런 불안이나 공포를 줄여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안심시켜주기를 하지 않을 때, 거친 방법이나 비난하는 태도를 갖지 않는 것입니다.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의사의 권유에 의하면, 내가 안심시켜주는 것을 피하라고 했어”와 같은 식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기 전에 가족들끼리 역할 연습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환자의 동의를 얻고, 환자로 하여금 ‘인색하게 굴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안심이 없는 상황에서의 환자 스스로의 경험과 이해로 결론에 이르게 하는 데에 도움을 주려고 그러는 것이다’라는 점을 상기시켜주십시다.